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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격장애배우자이혼과 고갈등 소송…일반 이혼과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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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격장애배우자이혼과 고갈등 소송…일반 이혼과 무엇이 다른가


“이혼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소송이 시작되니까 오히려 더 무너지는 것 같아요.”


이혼 상담 과정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혼을 관계의 종결로 생각하지만, 일부 사건에서는 오히려 그때부터 진짜 싸움이 시작된다.


특히 상대방과의 갈등이 극단적으로 심하고 합리적인 협의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라면, 단순한 이혼 분쟁이 아니라 이른바 ‘고갈등 이혼(High-Conflict Divorce)’일 가능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고갈등 이혼은 일반적인 이혼과 구조 자체가 다르다. 통상적인 이혼 사건에서는 재산분할, 양육권, 위자료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치열한 대립이 있더라도 어느 시점에서는 현실적인 타협점이 형성된다.


그러나 고갈등 이혼에서는 이러한 합의 지점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어렵게 합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번복하거나, 이미 정리된 문제를 반복적으로 다시 제기하고, 소송이 끝나더라도 새로운 분쟁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무상 이러한 사건들을 들여다보면 상당수에서 한쪽 배우자의 성격적 특성이 갈등의 핵심 원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법원이 성격장애 자체를 판단하거나 진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신건강 분야에서는 특정 성격 특성이 대인관계 갈등과 법적 분쟁을 장기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미국정신의학회 진단기준(DSM-5)에서 이른바 ‘B군 성격장애’로 분류되는 유형들은 이혼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자기애성 성격장애(NPD)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과도한 우월감과 공감 능력 부족을 특징으로 한다. 혼인 관계에서도 상대방을 동등한 배우자가 아니라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이혼 과정에서는 소송 자체를 상대방을 통제하거나 굴복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외부에서는 논리적이고 침착해 보일 수 있어, 충분한 준비 없이 대응할 경우 오히려 피해자가 공격적인 사람으로 비춰지는 상황도 발생한다.


경계성 성격장애(BPD) 성향은 또 다른 형태의 갈등을 만든다. 버림받음에 대한 강한 두려움과 감정의 극단적인 변화가 특징이다.


관계가 끝나는 상황에서 극심한 분노와 불안을 드러내거나, 상대방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경우가 있다. 피해 배우자는 장기간 감정적 압박에 노출되면서 불안과 우울,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반사회성 성격장애(ASPD) 성향은 더욱 위험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 규범과 법질서를 경시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혼 과정에서는 허위 주장, 재산 은닉, 증거 조작, 협박 등 법적 절차 자체를 왜곡하려는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체적 안전 문제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고갈등 이혼에서 피해 배우자들이 쉽게 이혼을 결심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왜 진작 관계를 정리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오랜 기간 반복된 가스라이팅과 심리적 통제로 인해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태에 놓인 경우가 많다.


“내가 너무 예민한 것은 아닐까”, “조금만 더 참으면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반복되면서 결정을 미루게 된다. 상대방에게 여전히 애정이 남아 있거나 과거의 좋은 기억을 놓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이혼을 결심했다가도 상대방의 일시적인 변화에 다시 기대를 걸고 관계를 유지하려는 시도가 반복되기도 한다.


문제는 고갈등 이혼에서 상대방의 행동 양식이 소송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이다. 이들은 소송을 법적 절차가 아니라 또 하나의 통제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증거를 은닉하거나 왜곡하고, 법정에서 허위 진술을 하거나, 자녀를 갈등의 도구로 활용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자신을 피해자로 포장하면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러한 사건에서는 일반적인 이혼 소송 접근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상대방의 행동 패턴을 이해하고, 예상되는 분쟁에 대비한 증거를 사전에 확보하며, 직접적인 접촉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중요해진다. 특히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상대방이 원하는 갈등 구조에 말려들 가능성이 높다.


고갈등 이혼은 단순히 법률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오랜 기간 이어진 심리적 압박과 갈등 구조 속에서 피해 배우자의 정신적·정서적 회복 역시 중요한 과제가 된다. 따라서 사건을 진행할 때는 법률 대응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과 위기 관리까지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혼 소송이 유독 길고 힘들게 느껴진다면, 그것이 단순히 개인의 인내심 부족 때문은 아닐 수 있다. 상대방의 병리적 특성이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상황이라면 일반적인 분쟁과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고갈등 이혼은 단순한 이혼 사건이 아니라, 갈등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 되는 특수한 유형의 분쟁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대응이 시작된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장예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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